그날의 약속, 오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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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0일, 오래 묻어두었던 항아리 하나를 꺼냈다.
2011년 7월 23일, 삼혜원 중고등학생들이 10년 후의 자신에게 써 넣었던 편지가 그 안에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편지를 펼칠 수는 없었다.
시간은 아이들의 이름을 흐리게 만들었고, 그 속의 글은 누군가의 기억처럼 조심스러워져 있었다.
나는 그저 조심히, 그 시절을 함께했던 한 분의 편지를 꺼내 들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그분의 글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분의 문장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따뜻했고, 단단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한 줄 한 줄, 그분의 마음이 내 안으로 깊게 들어왔다.
지금 이 순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 한 켠이 아릿해졌다.
그날 편지를 썼던 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누군가는 꿈을 이루었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연락이 닿는 아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삼혜원에서 자라는 동생들을 위해 기꺼이 후원자가 되어준 아이들도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간이 헛되이 흐르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편지를 읽지 못했지만, 그 속 마음은 안다.
미래에 대한 기대, 스스로에 대한 다짐,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곁을 지켜주었던 한 사람의 손길.
그 손길을 기억하기에, 오늘도 나는 그분을 다시 떠올렸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 그 항아리에 담았던 마음은 여전히 따뜻하다.
삼혜원은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조용하지만 굳건히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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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지인님의 댓글
박지인 작성일와~ 14년전이라~~ 두근 두근 모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네요~

김태형님의 댓글
김태형 작성일아이들이 이 글을 본다면 흐믓할 거 같습니다

이상범님의 댓글
이상범 작성일모든 꿈들을 응원합니다.

황윤옥님의 댓글
황윤옥 작성일고이 잠들어 있는 편지. 꼭 주인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