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새요..(이대웅 / 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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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평일의 어느날 입주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올 사람이 없는데 잠적을 깨우는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띵동~~
나 : 누구세요?
관리사무소 직원 : 네~관리사무소 입니다. 아랫집에서 누수가 발생했다고 하여 확인차 방문할려고 합니다.
나 : 네~
아랫집의 화장실에서 누수가 발생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서 물이 새는건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잠시 관리사무소 직원이 거실 화장실을 둘러본다. 그리곤 양변기의 물을 내린다.
그리곤...
관리사무소 직원 : 어이!! 아랫집 어때? 물 떨어진가? 음~~그래 알았어
관리사무소 직원이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한다.
관리사무소 직원 : 선생님! 양변기의 물을 내리니 아랫집의 거실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네요. 선생님 집의 화장실 누수 공사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확인만 해드리니 아랫집과 상의 하셔서 잘 해결 되시길 바랍니다.
하고 직원은 현관문을 나선다.
현관문을 나가려는 찰나 나는 직원을 붙잡는다.
나 : 선생님 죄송한데 저희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부탁드리는데 함께 아랫집을 입회해서 확인시켜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묻자 흔쾌히 대답한다.
관리사무소 직원 : 네~
그렇게 직원과 함께 아랫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이 딱 봐도 알 수 있듯이 얼굴에 미안함을 가득 담아 인사를 드린다.
나 : 안녕하세요. 윗집입니다. 물이 샌다고 해서 관리사무소 직원분과 확인차 방문했습니다.
아랫집 : 아~네. 거실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네요.
나 : 그러세요. 우선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합니다. 확인 좀 해도 될까요?
아랫집 : 네 그러세요.
화장실 천장의 커버를 들어내는 순간 물이 확 쏟아진다. 아마도 그동안 쌓였던 물이 천장에 고여 떨어진 듯 하다. 그리고 우리집과 연결된 천장의 누수배관을 확인한다.
나 : 저기서 물이 떨어지네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공사를 해서 피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랫집 : 아~네...
그래도 다행이였다. 미안함이 나의 얼굴에 묻어났는지 아랫집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나의 사과를 공손이 받아주었다.
그리고 잠시 우리집에 장애인분들이 입주하여 사는 것에 대해 잠시 말씀을 드린다.
나 : 303호에 장애인분들이 입주해서 사시고 계시는데 알고 계신가요?
아랫집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나 : 층간소음으로 시끄럽거나 그렇지는 않으신가요?
아랫집 :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이해합니다. 괜찮아요. 하지만~~~~~~~~~~~~~~~제가 교대 근무를 하는데 오전에 좀 시끄러울 때도 있더라구요.
나 : 아~ 죄송합니다. 매일 입주자분들과 이야기도 하고 함께 사는 공용공간에서 지켜야 할 예절도 알려드리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랫집 : 네~괜찮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관리사무소의 누수업체를 소개받고 공사 일정을 잡아 진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랫집의 연락처가 없어 당일 야간에 근무를 하시는 복지사 님께 부탁해 아랫집의 연락처를 알 수가 있었다.
전화를 드리기에 죄송한 마음에 문자로 아랫집 사모님께 연락을 취했다.
내용은 이렇다..'안녕하세요 303호 입니다. 저희 때문에 누수가 발생해 우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0일에 누수 공사를 진행 할 예정입니다. 선생님의 집도 공사를 해야해서 일정을 조율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연락 부탁드립니다.' 라고 문자를 보낸 다음날
띠리링 하며 한통의 문자가 왔다.
아랫집 사모님 : 네 그날 진행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공사 일정이 잡히고 나는 다시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공사가 우리집과 아랫집이 동시에 시작되었다. 다행히 업체에서도 꼼꼼히 작업을 진행해주어 당일에 공사는 마무리가 되었다.
모든 공사가 끝나고 다시 한번 아랫집 사모님께 문자를 보냈다.
문자 내용은 이렇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금일 공사는 잘 받으셨나요? 공사 후에 혹시나 누수가 다시 발생된다면 언제든 저한테 연락부탁드립니다. 그리고 303호에 저희 장애인분들이 입주자해서 생활하십니다. 층간소음이나 불편사항이 발생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저녁 되세요'
그리곤 잠시 답변의 문자가 왔다.
'아 네~ 누수 공사는 잘 받았습니다. 윗층에 장애인분들이 사시는 거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층간소음이나 불편사항은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행복한 저녁 되세요' 라고...
답변의 문자가 참 반가웠다. 장애인과 함께 지낸다는 것에 대해 거리감 없이 잘 받아주시는 좋은 이웃을 만난 것 같아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역사회로 나와 일반인들과 부딪히며 지낸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한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모두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있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우리가 지역사회로 나온 이유다. 같은 사람으로 같은 아파트에 살며 서로 부딪혀보며 장애인도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그들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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