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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DongHaeng 1963 아이들의 행복과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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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승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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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다니
댓글 0건 조회 573회 작성일 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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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재작년 10월. 지금 일하고 있는 동백원에 처음으로 실습을 왔다.

보통 이런 상황은 걱정 반 설렘 반이라지만 나는 걱정은 구할 설렘은 일할이었다.

이직 자체도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장애인들과의 생활은

두려움만을 증식시켜주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인수인계시간. 간단한 인사를 하고 업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내가 입사함과 동시에 퇴사예정이라는 박윤성 선생님과 나의 비슷한 덩치에 누군가 ‘한 덩치 가고

한 덩치 오네‘ 라는 농을 내뱉었고 모두들 실소를 자아냈다. 이 작은 장난에 나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회의 직후 함지슬방의 일을 도와주며 배우라는 말에 담당 청소구역인 화장실 청소를 하러갔다.

화장실에 처음 들어서자마자 나는 절대 이 직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누군가 즐겁게 장난을 치며 놀았는지 온 벽에 그려져 있는 변과 온갖 이물질로 넘치기 직전의 변기.

나는 결벽증은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들 보단 깔끔하다. 청소나 정리정돈의 깔끔한 개념이 아닌

내 몸에 무언가 묻는 걸 지극히도 싫어한다. 이 화장실을 청소하면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해도

똥물이 튀길 것이고 튀겨진 똥물은 내가 모르는 사이 내 몸 어딘가에 묻게 될 것이다.

정말 하기 싫었지만 현재 나의 위치는 입사를 하기 위해 실습을 하러 온 실습생.

나의 처형인 양현정 선생님의 소개로 온 자리가 아니었다면 뒤도 볼 것 없이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뛰쳐나갔었을 것이다. 할 수 없이 하게 된 청소. 그 청소로 흘린 땀. 누군가는 그 땀을 보람찬

일의 결실로 소중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저 불쾌감만 남을 뿐이었다.

마음이 떠나자 마자 바로 몸이 떠나고 싶다는 간절함만이 가득했다.

내가 인간관계의 중요함을 무시하였다면 바로 떠났을 테지만 이 좁은 여수 바닥에서 그런 사고를

치면 여러모로 불편함만 다가올 것이기에 딱 하루만 참자라고 다짐하였다.

청소를 마친 후 함지슬방에 들어가니 내가 알던 이상의 별별 장애인들이 다 있었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장애인은 기껏해봐야 일반학교에서 특수라고 놀림 받는 그런 친구들.

일명 지적장애 2급 정도의 수준이었다. 온몸이 굳어 제 손으로 밥 한술 뜨지 못하고 누워있는

장애인들을 보자니 약간의 측은함이 생겼다. 하지만 두려움과 불안감은 더 강하게 찾아왔다.

내가 이런 친구들을 과연 도우며 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아니다’였다. 나쁜놈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아왔지만 성인군자도

전혀 아니었다. 이런 곳에 즐겁게 웃으며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타고나야 한다. 나는 안될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인 마음만 가득해질 뿐이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친구들의 입에 밥을

힘들게 떠먹여준 후 소변에 젖어 불어터진 기저귀를 교체해 주는 시간이 왔다.

집에서 애엄마랑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딸아이의 기저귀는 몇 번 갈아봤지만 나랑 비슷하거나

많은 나이의 성인의 기저귀는 전혀 경험이 없었다. 뭐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았을 테니 모두에게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시나 생각대로 힘들고 또 힘들었다.

지금은 쉽지만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힘들었었는지. 바지 벗기는 데만 5분이 넘게 걸리고

기저귀 안에 가득 차 있는 변을 보며 헛구역질을 계속 해대고. 의외로 이때는 힘들고 더럽다는 생각보단

도와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무튼 별 의미 없이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우며 오후를 보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밤이 찾아왔다.

함지슬방의 교사가 여자라서 해울방에서 잠을 자라는 말을 들었다.

해울방으로 들어가니 낮부터 눈여겨보던 이승현이라는 아이가 누워있었다.

측은한 마음에 다가가 가슴에 안고 괜한 가식을 부려보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손오영 선생님의 눈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내 입에서는 마음에도 없는 ‘아이고 우리 승현이 이쁘네. 너희들 정말 이쁘구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때만 해도 정말 진심이 아니었다. 말도 못 알아들을 사람이라 생각하고 다른 선생님들

들으라고 내뱉은 말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승현이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지어지며 내 손에 뽀뽀를 했다.

그때의 내 감정은 정말 감동으로 벅차올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고 신기할 일도 아니지만

그때의 난 너무 행복함을 느꼈다. 내 말 한마디로 이 아이가 밝게 웃었다.

그 날 하루 종일 동백원에 있었지만 처음으로 보람과 행복이라는 걸 느꼈다. 이런 행복으로 다른

사회복지사들도 웃으며 행복해하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후로 승현이와 2시간 정도 장난을 치다

잠을 잤다. 자면서 계속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며 즐거웠다. 심장이 간지러운 느낌. 맞는 표현인가는

모르겠으나 그날 밤 난 굉장히 심장이 간질거렸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나서는 다른 아이들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진심으로 이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실습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에게

동백원에서 열심히 실습했다고 자랑을 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정말 즐겁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여기서 일해보고 싶다고 당당히 말을 하니 집사람도 응원을 해주었다.

한 사람의 밝은 미소로 난 아직 이곳에 있다. 힘들 때도 많고 지칠 때도 많지만

함께 땀흘리며 웃는 직원들과 우리가 도와줌에 미소를 보여주는 거주인들의 밝은 모습에

힘듦보단 기쁨으로 즐겁다. 우리들의 이 미소가 영원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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