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리 방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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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유중재
게시일 : 2014-05-16
나는 멍하니 방안의 벽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이 몇 번째 일까?
오늘도 한쪽 벽면에 뜯겨진 벽지가 보인다.
뜯겨진 벽지위에 도배를 하고 또 하였으나 여전히 몇 일이 지나면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다른 부분에 벽지가 뜯겨져 있다.
원인은 다름 아닌 하늘나리 방 악동들이다.
벽지뜯기는 이제 그들에게 하나의 놀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더 이상 류과장님께 도배를 해달라는 부탁도 죄송하다 못해 죄스럽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도배를 배워 ‘그때 그때 부분도배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간구해 보아야 할 것 인가’
어쩌면 도배를 배우는 일은 간단 할 수 있다.
많이 보았었고, 그 만큼 많이 보조역할도 했었다.
하지만 도배를 하여도 하늘나리 방의 악동들은 벽지를 뜯는 행동을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벽지를 뜯지 않게 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 벽지용 페인트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TV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벽지용 페인트에 관련한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확신했다.
바로 이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임을...
방에 벽지가 아닌 페인트칠을 하는 일은 의외로 손쉽게 진행이 되었다.
하늘나리 방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2층 선생님들과 팀장님의 적극적인 응원과 관심으로
그렇게 <하늘나리 방 꾸미기>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첫 날부터 난간에 부딪혔다.
원래 벽지용 페인트는 벽지위에 바르는 페인트였으나, 알다시피 벽지위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지금 내가 하려는 이 일이 쓸모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벽지를 남김없이 뜯기로 하였다.
그렇다. 난간이란 벽지를 뜯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다는 것이다.
작은 종이조각 하나라도 붙어 있으면 그 자리에 페인트가 잘 묻지도 않고 오히려 종이와 벽 사이에 공간이 생겨
또 다시 악동들의 놀이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아침부터 시작된 벽지뜯기는 밤까지 이어졌으며 2층 선생님들과 공익요원, 자원봉사자까지 동원이 되어
해내고 말았다.
2층 선생님들과 논의하여 벽의 색깔은 녹색계열과 보라색 계열로 정하였다.
녹색은 사람을 안정되게 해주고 보라색 또한 차분한 느낌을 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또 다시 다가온 시련이란...
페인트를 칠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옷장도 악동들의 장난으로 이미 많이 뜯겨져 있던 상태였기에 벽을 칠하며 옷장의 겉도 벗겨내어 이쁘게 색을 칠하였다.
색이 옅하여 더 칠하고, 마른 후에 2~3번 더 같은 색으로 페인트칠을 하였다.
물수건으로 닦아도 묻어나지 않도록 코팅제까지 칠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팀장님의 도움으로 삼혜원의 선생님과 귀여운 학생들이 예쁜 그림을 그려 줌으로써
이번 <하늘나리 방 꾸미기>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
지금은 하늘나리방을 떠나 있지만 가끔 그 방을 들어갔을 때 그때의 기억은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음을 느낀다.
조금은 힘들었지만 벅찬 감동으로 남아 있는 소중한 추억...
나는 오늘도 그 때를 추억하고 싶어 하늘나리방의 방문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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