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한 캔에 담긴 따뜻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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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
나는 울산에서 태어나 신랑을 만나 결혼해서 이사하기까지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익숙한 고향과 직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특히나 견디기 힘든 것은 말투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쉽게 알 수가 없어 다가서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지역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지만 주변에 지인이 없다는 것과 낯선 말투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은 내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격에도 없는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한 요인이었다.
낯선 환경 속에서 나는 한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남들에게는 아주 작은 일이지만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주었다.
바로 가나헌, 동백원에 살고 있는 우리 동행 가족들 때문이다.
우리 직장은 항상 거주인, 직원, 방문객 구분하지 않고 인사를 잘 할 수 있도록 잘 정착되어있는데, 신입사원인 나는 특히나 더
인사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그러던 하루는 동백1층에 거주하고 계시는 아저씨 한분이 웃으며 다가와 음료수 한 캔을
건네주시며 마시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셨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한 쪽에 목발을 집고 위태위태하게 걸으면서도 나에게 건네준 따뜻한 마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다정하였다.
‘아, 누군가는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직업 중에 내가 사회복지사를 선택하고 장애인복지를 선택한 것, 그중에서 가장 가까이에 하겠다고 결심하고 거주시설에
처음 입사 지원하던 일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회생활이 힘들고 세상이 매몰차다는 것을 느끼고 가족들에게 위로받지 못할 때에도 항상 직장의 거주인들 만은 한결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봐주었고, 힘이 되어주었으며, 세상의 전부가 마치 나인 것처럼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뿐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음료수 한 캔에 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방황에서 벗어나 진정한 동행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진 듯한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일이 힘들때면 음료수를 건네주던 그 마음을 기억하면서 다시 일을 할 용기를 얻는다.
지금은 쉬는 날에 좋은 곳에 놀러가서 구경을 하라며 잡지에 좋은 곳이 나오면 찢어 고이 서랍에 넣어두었다가 보여주며
설명해주시는 재운아저씨와도 친해졌고, “밥을 왜 안 묵소? 밥을 안 먹으면 쓰간디?”라며 무뚝뚝한 듯 보이지만 늘
걱정해주시는 옥현아저씨와도 제법 서로를 챙기며 안부를 나누는 사이가 된 것 같다.
나에게 처음으로 다정한 손을 내밀었던 분은 상규아저씨였는데, 지금도 가끔씩 음료수를 사주시거나 시장에 다녀오신 날이면
양말이며 신문지에 투박하게 포장한 화장품 선물을 주신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따뜻한 마음을 받아는다.
그리고 세상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된다. 아저씨가 내민 것은 물건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행 가족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나의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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