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엔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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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8 |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져 보이는 건 선애씨다.
선애씨는 출입구에 서서 한손에는 슬리퍼를 들고 주차장 쪽을 주시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하고 건네는 인사말에 손만 시크하게 흔들어 준다. 여전히 선애씨의 눈빛은 주차장을 벗어 나지 않는다.
이제는 익숙한 모습에 웃음과 함께 가슴한켠에 부러운 마음이 든다.
“선애씨 제봉아저씨 기다려요?” 라고 묻자 선애씨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주차장만 가리킨다.
언제부터였을까..... 대략 1년 전쯤부터 시작된 것 같다. 제봉아저씨가 이곳에 훈련생으로 계시기 시작하고 얼마후 선애씨는 제봉아저씨 뒤만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봉아저씨의 어떠한 모습에 선애씨가 저렇게 반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곧 그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봉아저씨는 맛있는 간식이 생기시면 항상 챙겨두신다. 그리고 선애씨에게 관심없으시단 듯이 “선애야 이거 먹어” 하고는 손에 쥐어주신다.
제봉아저씨는 그 누구보다 선애씨의 말에 귀 기울여 주신다. 선애씨가 하는 말을 누구보다 곧잘 알아들으시곤 고개를 끄덕여주시고 대꾸도 해주신다.
제봉아저씨가 담배를 피울때는 곁에 있던 선애씨를 밀며 떨어지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한쪽 구석에 가서는 선애씨 안보이게 담밸 피우신다.
제봉아저씨는 절대 선애씨에게 화를 내지 않으신다. 가끔 선애씨가 짜증이나서 못된행동을 하거나, 화가나 울음을 터트리면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못하시며 “울지마 선애야 울지마”하고는 말씀하신다.
어느 누구보다 자상하게 선애씨를 옆에두고는 선애씨가 더 웃을수 있도록 선애씨가 제봉아저씨의 얼굴을 꼬집어도, 장난을 쳐도 마냥 웃으시며 “하지마~ 선애야 하지마~” 라고 하시는 제봉아저씨 항상 무뚝뚝하게 인사만 하시던 제봉아저씨가 선애씨 옆에서는 로맨티스트가 되신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선애씨는 출근하면서부터 퇴근까지 한시도 제봉아저씨 곁을 떠나지 않는다. 화장실을 가면 계단에서 제봉아저씰 기다리고, 작업시간에는 제봉아저씨 옆자리는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선애씨의 자리고, 점심식사 시간에도 식사 시간이 달라 선애씨 먼져 식사를 한후 제봉아저씨가 점심식사가 끝날때까지 곁에서 제봉아저씨만을 쳐다본다.
그리곤 손을 잡고 다시 송정인더스트리로 내려가신다.
사실 처음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상처 받진 않으실까..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시간이 지나고 전혀 변하지 않는 두분의 모습에 사라지게 되었다.
언젠가 한번 제봉아저씨에게 물어본적이 있었다. 선애씨가 얼마나 좋으시냐고, 고민도 쑥스러움도 업이 호탕하게 말씀 하셨다. “좋죠 좋아요”
부럽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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